님, 최근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 <인턴> 보셨나요? 예순이 넘은 나이에 패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간 주인공이 젊은 동료들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인데요. 영화를 보면서 "혹시 실제로도 이런 일이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영화 속 이야기와 닮은 장면을 실제로 마주했습니다. 새로운 자리를 찾고 있는 분들을 만난 건데요. 다시 일터로 나서는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은주 드림☘️
미리 보는 OPEN LETTER
✨ 기획ㅣ익숙한 옷, 낯선 마음 익숙했던 정장을 다시 입고 새로운 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을 옷장지기의 시선으로 담았습니다.
📢 소식ㅣ열린옷장에 이런 일이
▪︎내손내산 업사이클링 워크숍 성료
버려지는 정장에 새로운 쓰임을 더하는 내손내산 워크숍. 8명의 참여자가 모여 '카페인북'을 만들었습니다.
▪︎제3회 옷장지기 런치독서회 진행
<정지선이 출발선이 될 때>를 읽고 옷장지기들의 생각과 아직 꺼내지 못한 나만의 장롱면허까지 나눠보았습니다.
💌 편지ㅣ열린옷장 손편지
"곧 시작하게 될 사회생활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익숙한 옷, 낯선 마음
지난 9월 17일 양재 aT 센터에서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열린옷장은 주최 측의 제안을 받아 면접룩 컨설팅 부스로 참여했습니다.
박람회 오픈 시간에 맞춰 많은 분들이 입장하셨습니다. 옷장지기의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그분들의 옷차림이었습니다. 자켓을 갖춰 입고, 셔츠 깃을 단정히 정리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처음엔 “정식 면접이 아닌, 박람회에 오시는 길에 이렇게까지 갖춰 입으셨나” 싶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는 시니어들
중요한 자리에 나설 때 단정한 자켓을 챙겨 입는 일은 오랜 직장 생활 동안 몸에 밴 습관이었습니다. 열린옷장에서 처음 정장을 입는 청년분들이 "정장을 처음 입어봐요" 하며 어색해하는 모습이 대비되어 떠올랐습니다. 시니어 분들에게 정장은 낯선 옷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당연하게 지켜온 습관이었습니다.
손이 기억하는 넥타이 매는 법
자전거 장갑을 끼고 넥타이를 정돈하는 시니어분
청바지를 입은 백발의 시니어 한 분이 부스에 오셨습니다. 손에는 장갑을 끼고 계셨죠.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자전거를 타고 박람회장에 오셨다고 했습니다. 넥타이를 고쳐 매는 장갑 낀 손이 익숙하고 섬세하게 움직였습니다. 바로 옆 이력서 사진 촬영 부스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까지 지켜보았습니다. 장갑은 이미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었고, 카메라 플래시가 경쾌하게 터졌습니다.
서류는 되는데, 면접에서 자꾸 떨어진다는 말
면접룩 컨설팅을 받은 시니어분(아래 내용과 무관합니다)
한 분과 나눈 대화가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서류는 곧잘 붙는데, 면접에서 자꾸 떨어져요.” 담담하게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경력도, 실력도 이미 서류를 통해 보여줄 수 있지만, 다시 사람 앞에 서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일해온 사람에게도 새로운 자리를 찾는 일은 다시 시작하는 일이니까요. 그 막연하고 답답한 마음이 옷장지기에게도 전해졌습니다. 네이비, 베이지, 차콜, 딥그린. 여러 색상의 정장을 입어보고 그분은 거울 앞에서 처음으로 옅게 웃으셨습니다.
새로운 자리를 찾아서
정장을 입고 사진을 남기는 박람회 참여자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중장년 취업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분들의 정장은 청년들이 처음 입는 정장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한때 매일 입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고, 새로운 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날 본 뒷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내손내산 업사이클링 워크숍 성료
내 손으로 내가 살리는 '내손내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오염, 손상되어 입지 못하게 된 정장이 '카페인북'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강사로 성공적인 첫 데뷔를 한 옷장지기 겨울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내손내산 워크숍 후기 읽기)
제3회 옷장지기 '런치독서회' 진행
벌써 세 번째를 맞은 열린옷장 런치독서회. 이번엔 장은교 작가의 『정지선이 출발선이 될 때』를 함께 읽으며 각자의 두려움과 '장롱면허' 이야기까지 꺼내보았습니다. 운전이라는 소재로 시작해 삶을 밀고 나가는 힘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 시간, 옷장지기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 런치독서회 후기 읽기)
열린옷장의 정장은 입을 수록 가치가 더해집니다. 가치를 더해주는 기증편지와 대여편지를 소개합니다.
용*택 기증자님께.
안녕하세요. 대여자 김*유 입니다. 좋은 뜻으로 기증해주신 덕에 감사하게도 인생 첫 면접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곧 시작하게 될 사회생활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기증해주신 복장 덕분에 마음을 새로 고쳐먹고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여유가 생긴다면 저 또한 기증자님처럼 사회에 보탬이 되고 많은 걸 나누는 어른이 되겠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시원한 듯 서늘히 다가온 가을 바람에 감기 조심하시고 풍요로운 추석 되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마음 다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