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토마토 코어, 무화과 코어 같은 '제철코어'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렇다면 '정장의 제철은 언제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따뜻한 날씨에 산뜻하게 정장을 입을 수 있는 4월? 갑자기 달라진 아침 공기에 자켓을 걸칠 생각이 절로 나는 10월? 모두 정장을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옷장지기로서 정장의 제철로 11월을 꼽겠습니다.

하반기 면접이 가장 많은 11월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입사 면접뿐만 아니라 로스쿨과 대학원 면접까지. 11월은 그야말로 면접의 달이었습니다. 열린옷장은 그저 찾아오시는 분들께 님이 기증해 주신 정장을 성심을 다해 준비해 드리고, 열심히 다림질을 했습니다. 분주했던 11월에 쌓인 대여 후기와 조용하게 숨 가빴던 옷장지기들의 모습도 전해드릴게요.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찍은 2030 청년 신규채용. 얼마나 어렵게 얻은 면접 기회인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지 생각해 보면 정장을 준비해 드리는 마음도 조금 무거워집니다. 면접 준비에 부담을 많이 느끼시는 분들은 정장을 입어보는 것뿐인데도 떨려 하시기도 한답니다.

중요한 자리이니 만큼 부모님과 함께 오셔서 꼼꼼하게 정장을 고르시는 경우도 있어요. 어느새 어른이 된 자녀의 모습에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들을 보곤 합니다. 물론 혼자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정장이 처음이라 뭘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옷장지기가 사이즈와 스타일을 함께 고민하고 결정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일상 포스팅 중에 열린옷장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면접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일상의 흐름을 따라 읽다 보면 면접 정장을 대여하는 것이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열린옷장에서 빌린 정장을 입고 본식을 진행하는 분들이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신부 웨딩드레스를 준비하며 신랑은 예복 전문숍에서 맞춤을 하거나 대여하시죠. 웨딩촬영이나 상견례로 열린옷장을 처음 알게 된 분들은 "본식 예복도 여기서 빌릴 걸 그랬어요!😅"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만큼 본식에도 손색없는 고퀄리티 정장들이 많기 때문이죠! 

양가 어른들을 뵙는 상견례 자리에는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정장을 많이 입으시죠. 꼼꼼하게 비교해 보고 완벽한 상견례 정장을 고른 대여자님의 후기입니다.

분주했던 11월의 어느 날 90대 어르신이 방문하셨어요. 워낙 유쾌하시고 정장도 마음에 들어 하셔서 옷장지기들도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결제를 하실 때는 "왜 이렇게 싸요? 밥은 먹고살아야지!" 하며 호통(?)을 치셨답니다🤣 사진 촬영을 요청드리자 넥타이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매치해 주셨답니다. 열린옷장의 모토인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를 목도한 날이라 기억에 남네요 :)

열린옷장 정장 관리 공간은 생각보다 아담합니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의류 관리에 필요한 전문 장비들로 꽉 찬 공간이랍니다. 
스타일러, 세탁소용 다리미와 얼룩 제거기, 세탁기, 수선 미싱까지! 있을 거 다 있는 의류관리 공간에서 분주하게 일하다 보면 한바탕 운동을 한 것 같습니다.



방문 대여하시는 분들의 바지길이 수선은 15분 이내로 빠르게! 완벽한 핏으로 당일 수령하시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삼십 분 후에 면접을 봐야 하는 분들도 있고, 바로 급하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의류관리 공간은 4층에, 대여 공간은 5층에 있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 씩 바지를 들고 계단을 뛰듯이 오르내립니다.🏃

주름진 셔츠를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처럼 깨끗하게 다리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이 옷이 누군가에게 반듯하게 입혀질 것을 생각하면 더욱 흐뭇합니다. 하지만 쌓여가는 다림질감 앞에서는 그런 감상에 젖을 새가 없습니다.😓 무아지경으로 다림질을 하고 있으면 금방 시간이 갑니다. 다림질은 열린옷장에서 가장 몸이 고된 일이지만 다 마치고 나면 가장 마음이 뿌듯한 일입니다.

  

열린옷장의 정장은 입을 수록 가치가 더해집니다. 가치를 더해주는 기증편지와 대여편지를 소개합니다.